코디 스밋맥피가 회갈색 정장을 입고 올리브그린색 벽 앞에 서 있다. 한 손을 목 위에 대고 화면 밖의 무언가를 보고 있다.

코디 스밋맥피

《파워 오브 도그》의 화려한 출연진 속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낸 젊은 배우를 만나다

인터뷰 진행 크리스타 스미스
오프닝 사진 촬영 브라이언 보웬 스미스
2021년 12월 3일7분

제인 캠피온의 강렬한 새 드라마 영화 《파워 오브 도그》에서 코디 스밋맥피가 연기한 캐릭터 피터 고든은 삐쩍 마른 모습에 좀처럼 헤아리기 어려운, 어딘가 기이한 면이 있는 인물이다. “피터는 과소평가받는 인물이에요. 그 점에 끌리게 됐고 정말 마음에 들었죠.” 스밋맥피가 말한다.

기민하고 호기심 많은 외과의사 지망생 피터는 그가 사는 거친 서부 개척지에서 눈에 띄는 이례적인 인물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의 몬태나는 매혹적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잔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필 버뱅크 같은 목장주들, 즉 잘 씻지도 않고 자신들이 일구는 땅의 흙먼지와 노동 뒤 쏟아지는 땀을 뒤집어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일그러진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명민한 피터와 냉담한 필 사이에 형성된 기이한 관계다. 시작은 이랬다. 피터는 어머니 로즈(커스틴 던스트)와 함께 운영하던 ‘레드 밀’ 식당의 테이블을 장식하려고 종이 꽃을 만드는데, 필이 피터를 모욕하고 폭언을 퍼부으며 종이 꽃을 망가뜨린다. 이것이 둘의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과부인 로즈가 필의 동생인 조지(제시 플레먼스)와 결혼한 후, 피터를 향한 필의 무례한 행동은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한다. 둘 사이의 상호작용 하나하나에 분명히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긴 하지만, 필이 점점 더 친절하고 사려깊은 태도로 피터를 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Peter Gordon (Kodi Smit-McPhee) wears a white buttoned down shirt and holds some plates in his arms.

피터 고든(코디 스밋맥피)

“필이 처음엔 피터를 괴롭히다가 나중엔 곁에 두고 챙겨주는 것을 보면 무언가 자라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스밋맥피가 두 캐릭터의 다이내믹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그런 순간들을 마주하면 달아나야 할지 그대로 있어야 할지, 따뜻한지 차가운지, 무서운지 좋은지를 몰라요. 영화 내내 미스터리한 느낌이 구름처럼 드리워져 있죠. 아주 서서히 그 느낌이 번지는 거예요. 그러면서 동시에, 제인은 재앙이 곧 닥칠 거라는 느낌을 구현해냈어요.” 

거물급 배우들이 가득한 영화 속에서 스밋맥피가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배우로서 그가 가진 재능과 인상적인 직업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드라마 영화 《로멀러스, 마이 파더》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호주 출신의 스밋맥피는 2009년 코맥 매카시 원작의 《더 로드》에서 비고 모텐슨과 호흡을 맞추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후 2010년 뱀파이어 드라마 영화 《렛 미 인》과 2012년 애니메이션 《파라노만》, 2015년 서부 영화 《슬로우 웨스트》에 출연하고 《엑스맨》 시리즈 두 편에서 뮤턴트 ‘나이트크롤러’를 연기하며 25살이 될 때까지 인상적인 연기 경력을 쌓았다. 

스밋맥피가 느끼는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은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시간이 걸리는 분장 후, 몸에 꼬리가 생기고 이빨이 생기고 눈동자가 붉어진 것을 보면 언제나 꿈만 같아요. ‘나 좀 꼬집어 봐’하는 순간이죠.” 스밋맥피가 말한다. “사람이 연기를 한다는 것의 한계가 완전히 없어지는 거예요.” 스밋맥피가 《파워 오브 도그》에서 연기한 피터는 조금 더 평범한 옷을 입긴 하지만, 그가 보여준 한계를 넘어선 연기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Peter Gordon (Kodi Smit-McPhee) examines a shoe on a rack in a wood paneled store.

피터 고든(코디 스밋맥피)

크리스타 스미스: 피터 고든이라는 캐릭터의 어떤 면 때문에 이 역할을 맡아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코디 스밋맥피:
각본을 읽어보면, 피터를 조금 과소평가하게 돼요. 그 점에 끌리게 됐고 정말 마음에 들었죠. 피터 안에는 힘과 지혜가 있고, 중요한 것을 자각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 저도 공감했어요. 저 역시 가끔은 이상하게 굴 때도 있지만, 내면에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그리고 제인을 만났을 때 이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완전히 굳힐 정도로 좋았어요.

원래 제인을 만났을 때 대사 몇 줄을 준비해 갔어야 했는데, 제가 몰랐어요. 소통이 잘 안된 부분이 있었죠. 그런데 제인은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이미 대본을 읽어봤으니 캐릭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 거예요. 피터를 방으로 불러와 보죠.”라고 했죠. 그 말을 듣고 바로 제 자세가 바뀌었어요. 그전에 표현해 본 적은 없지만 제 머릿속으로 그리던 피터를 몸으로 보여준 거죠. 제인은 피터가 그렇게 살아난 모습을 엄청나게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았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매우 자연스러웠어요.

그런 신체적인 표현이 피터의 정체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KSM:
그 점에 대한 많은 부분이 제인과의 그 오디션에서 구현됐어요. 제인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빚졌어요. 제가 한계를 넘을 수 있게 밀어주었거든요. 지금까지 제가 겪지 못한 방식으로요. 동작 전문가의 도움으로 피터가 가진 틱을 그대로 소화할 수 있었고, 억양 코치의 도움으로 피터의 불완전한 발음도 구현할 수 있었어요. 이런 작은 조각들이 모두 모여서 저 혼자라면 못했을 연기를 탄생시켜준 거죠.

Peter Gordon (Kodi Smit-McPhee) and Phil Burbank (Benedict Cumberbatch) stand in a field. Behind them are green-blue mountains. They both wear wide brimmed hats and workshirts.

피터 고든(코디 스밋맥피)과 필 버뱅크(베네딕트 컴버배치)

피터의 어머니 ‘로즈’ 역할을 맡은 커스틴과도 멋진 장면들을 촬영했는데요, 둘 사이에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어요. 한 사람은 강하고, 다른 한 사람은 연약하죠. 그러다 그 다이내믹이 뒤집혀요.
KSM:
그 부분이 제 심금을 울렸어요. 저희 어머니도 싱글맘이신데,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는 내내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거든요. 때로는 제가 어깨에 기대서 울기도 하고, 때로는 어머니가 제 어깨가 필요하다고 절 부르기도 하셨죠. 그런 것들이 영화에 그대로 담길 수 있는 특별한 요소들이었어요.

제인과 촬영하는 것은 훈련하는 것과도 같았어요. 제인과 따로 작업하기도 하고, 이후 커스틴이나 베네딕트처럼 대본 속에 같이 등장하는 배우들과 함께 장면을 연습하기도 했죠. 거의 평생을 존경해 온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건 늘 놀라운 일이에요. 만나기 전에는 그런 사람들을 인터뷰나 좋아하는 영화에서 본 대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실제로 보면 훨씬 좋아요. 정말 진솔하거든요. 커스틴과 제시와도 많이 어울렸었는데, 저의 또 다른 엄마 아빠가 생긴 것 같았어요. 

항상 기꺼이 도전을 마주할 것이고, 배우고 성장할 거예요.

코디 스밋맥피

어린 나이에 이런 경력을 쌓으신 게 정말 놀라워요. 항상 배우가 되고 싶으셨나요? 아니면 《더 로드》를 찍고 나서 확고해지신 건가요?
KSM:
그때가 아마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이 일을 하기 시작한 때였던 것 같아요. 여기서 ‘저희’는 저희 가족을 말하죠. 저희 아버지도 배우시거든요. 처음엔 아버지가 취미로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연기를 창의적인 여가 활동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조금 색다른 걸 해보라는 의미였죠. 그러다가 대학 단편 영화에서 호주 장편 영화 오디션까지 순식간에 진행됐어요. 많은 것이 부모님 덕분이에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반을 마련해 주시고, 제가 어떤 한계도 없이 진실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배우 일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어요.

Peter Gordon (Kodi Smit-McPhee) and a dog walk into the dust sun.

피터 고든(코디 스밋맥피)

《파워 오브 도그》를 촬영하면서 어떤 점을 배우신 것 같나요?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 새기게 될 교훈이 있었나요? 
KSM:
대본을 읽었을 때만 해도 저의 심리 상태가 최고는 아니었어요. 그러다 제인을 만나고 아름다운 뉴질랜드에 가서 치유를 받게 됐어요.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필요로 했던 그 시기에 모든 것이 저에게 찾아온 거죠. 여기서 제가 얻은 교훈은 우주에 모든 것을 맡기고, 늘 내가 원하는 축복을 마음 열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는 것이에요. 저는 언제나 우주로부터 배울 거예요. 항상 기꺼이 도전을 마주할 것이고, 배우고 성장할 거예요. 그게 이번에 배운 점이에요.

제인 캠피온 감독과 촬영을 막 마무리하셨는데요, 이번엔 바즈 루어만 감독의 엘비스 전기 영화에서 컨트리 음악 아이콘인 지미 로저스를 연기하신다고요. 
KSM:
감독님들마다 본질적인 특징과 접근법, 재능이 다른 것을 보면 정말 놀라워요.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그리고 언젠가 가능하다면 미래의 감독 지망생으로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게 돼죠.  그런 분들 곁에서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다들 전설이시잖아요.